소설가 김남일 추천: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11편 +@의 문학 작품

소설가 김남일

한국작가회의 전 사무총장. 문인들의 팔레스타인 산/책 모임 “기록과 기억” 운영 중. 작품 《세상의 어떤 아침》, 《일과 밥과 자유》, 《국경》, 《청년일기》 외 다수. 제 1회 전태일 문학상, 제 2회 아름다운 작가상, 제비꽃문학상 등 수상.

목차

🎥 [다시 보기] 강연 ‘소설로 보는 팔레스타인 근현대사’

작품 바로 가기

6일간, 하림 바라카트 Halim Barakat (1931~2023)
영화 〈파르하〉 Farha
예닌의 아침 Mornings in Jenin, 수잔 아불하와 Susan Abulhawa (1970~)
비관낙관주의자 사이드 아부 앗나흐스의 실종에 얽힌 괴이한 사건들 The Secret Life of Saeed the Pessoptimist, 에밀 하비비Emile Habibi (1922~1996)
하이파에 돌아와서 (returning to haifa), 갓산 카나파니 Ghassan Kanafani (1936-1972)
불볕 속의 사람들 Men In the Sun and Other Palestinian Stories, 갓산 카나파니 Ghassan Kanafani (1936-1972)
드 니로의 게임 De Niro’s Game, 라위 하지 Rawi Hage (1964~)
애니메이션 〈바시르와 왈츠를〉 Waltz with Bashir
유산 The Inheritance, 사하르 칼리파 Sahar Khalifeh (1941~)
형상, 성상, 그리고 구약 The Image, the Icon, and the Covenan, 사하르 칼리파 Sahar Khalifeh (1941~)
뜨거웠던 봄 The End of Spring, 사하르 칼리파 Sahar Khalifeh (1941~)
가시 선인장, 사하르 칼리파 Sahar Khalifeh (1941~)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 – 팔레스타인 시인이 쓴 귀향의 기록 I Saw Ramallah, 무리드 바르구티 Mourid Barghouti (1944~2021)
우리는 새벽까지 말이 서성이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자카리아 무하마드 Zakaria Mohammed (1950~2023)
사소한 일 Minor Detail, 아다니아 쉬블리 Adania Shibli (1974~)
터치 Touch, 아다니아 쉬블리 Adania Shibli (1974~)
집단학살 일기 집단학살 일기 Don’t Look Left: A Diary of Genocide, 아테프 아부 사이프 Atef Abu Saif 2024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 마흐무드 다르위시 Mahmoud Darwish (1941-2008)
팔레스티나 민족시, 압델 와하브 엘 메시리 (편저) Abdel-Wahab El-Messir
계간 아시아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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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 외부로 발표할 경우 반드시 공저자(김남일,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의 이름을 밝혀야 합니다.
  • 이 문건을 작성하는 데 특히 아래 글을 참고했습니다.
    • 김남일, <소설로 읽는 팔레스타인 현대사>, SPARROW, 4권 3호, 2024,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 김남일, <가자 사태, 그리고 팔레스타인 문학>, 문학인 제13호(2024년 봄호)
    • 계간 <아시아> 제17호(팔레스타인 특집호), 2010년 여름호

팔레스타인 근/현대사

  • 1917 벨포어 선언(영국 정부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의 민족적 고향”(national home for the Jewish people)이 설립되는 것을 지지하는 내용)
  • 1920 영국 위임통치령 팔레스타인 수립
  • 1947 유엔 팔레스타인 분할안 채택
  • 1948.5.14 이스라엘 국가 수립
  • 1948 제1차 중동전쟁과 나크바(70만명 추방)
  • 1987 제1차 인티파다
  • 1988 하마스 창설. PLO 튀니스에서 팔레스타인 독립 선언
  • 1993 오슬로협정 조인(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가자와 서안지구 통치)
  • 1995 라빈 총리 암살
  • 1996 오슬로협정 반대파 네타냐후 취임
  • 2000 제2차 인티파다
  • 2023 가자 사태 발발

대재앙(나크바)

나크바(아랍어: النكبة, 직역: ’재앙’)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적인 이주, 토지와 재산에 대한 강탈, 사회문화 및 정치적 권리의 억압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민족 청소를 이르는 말이다. 나크바라는 용어는 주로 1948년 팔레스타인 전쟁 시기에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령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묘사하는 데에 쓰이나 현재 이스라엘에 의해 진행 중인 탄압에 대해서도 쓰인다.

추산에 따라 다르나 1948년 나크바의 주요 사건들을 거치며 팔레스타인 아랍인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750,000명의 인구가 다양한 시온주의 준군사조직과, 건국 이후 이스라엘군이 동원한 폭력적인 방법을 통해 거주지로부터 강제 이동당하거나 도피하였다.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을 대상으로 한 학살들이 발생하였으며 500개소 이상의 아랍인 다수 마을과 교외 지역들이 쇠락하여 파괴되거나 히브리어 이름으로 유대인 정착지가 되었다. 팔레스타인 전쟁 말기에 이르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령 영토의 78%를 장악하였다.(위키피디아)

하림 바라카트(1931~2023)

Halim Barakat

시리아 출생 미국인. 소설가, 교수. 대표작 <6일간>이 발표된 것은 1961년이지만, 제목 ‘6일간’은 마치 1967년의 전쟁을 예상한 것처럼 읽히기도 해서 많은 독자들로부터 뒤늦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어 번역판: 민영(시인) 번역, 창작과비평사(제3세계총서5), 1982.

『6일간』

  • 작가: 하림 바라카트 Halim Barakat(1931~2023)
  • 국내 출판: 민영 번역, 창작과비평사(제3세계총서5), 1982
  • 장르: 장편소설

하림 바라카트의 장편 『6일간』은 배경이 되는 시대를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독자들은 그것이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과 그로 인한 나크바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는 지중해 연안 가나안 지방의 다르 알 바할이 중심이다. 적은 도시를 공격하기 전에 7일의 말미를 준다. 그 사이 청년들은 우방국에 연락을 취하고 무기를 들여와 투쟁하기로 자체적으로 결의한다. 서구에서 교육을 받고 고향에 돌아온 이상주의자이자 평소 여자만 밝히던 소하일도 대열에 합류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무기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청년들이 9명이나 죽는다. 공포가 마을 지배한다. 소하일은 함께 달아나자는 라미야의 유혹을 뿌리치고 남아서 도시를 지키기로 결심한다. 라미야가 떠난 후 소하일의 또 다른 여자 나히다-그녀는 순교자의 딸로 집 안팎에서 보는 눈이 너무나 많아서 자유연애란 평소 꿈도 꾸지 못하던 처지였다-가 용기를 내어 소하일에게 다가오고, 이제 둘은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 직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경을 넘던 소하일은 적군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한다. 그래도 끝내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다. 그 사이 적군은 예정보다 일찍 그러니까 최후통첩을 보낸 지 6일째 되는 날 다르 알 바할을 기습한다. 의용군들은 완강히 저항하지만 끝내 다 몰살당하고 만다.

[참고] 영화 〈파르하〉

요르단의 여성 감독 다린 살람의 데뷔작인 <파르하>는 1948년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중동전쟁을 한 소녀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14살 소녀 파르하는 전통을 중시하는 팔레스타인의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다. 파르하는 이사 간 친구를 부러워하며, 자신도 도시로 가서 학교에 다니는 꿈을 꾼다. 아버지는 딸의 소망을 들어주기로 한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고 파르하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는다. 마을 상황이 심각해지자 아버지는 파르하를 집 창고에 숨겨 놓고 사라진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창고에 숨어서 문틈으로 마을 상황을 살펴보던 파르하는 끔찍한 죽음들을 목격한다.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 딸은 그곳에서 세상이 지옥이 돼 가는 걸 보게 된다. 과거의 한순간을 재현하면서 여전히 계속되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상기시키는 영화로, 토론토영화제 디스커버리 부문에서 첫선을 보였다. (남동철)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 WATCHAPEDIA

잃어버린 ‘이야기’

『예닌의 아침』

Mornings in Jenin

  • 작가: 수잔 아불하와 Susan Abulhawa (1970~)
  • 국내 출판: 왕은철 역, 푸른숲, 2013
  • 장르: 장편소설

사실 1948년의 나크바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서 오렌지와 올리브의 땅만 아니라 이야기도 빼앗았다. 그 후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 위한 그들의 투쟁은 마땅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언제부턴가, 에드워드 사이드에 기대면, 그들 스스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다시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라시드 할리디, <팔레스타인 백년전쟁>) 이때 문학이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아버지는 어린 아말을 번쩍 들어 올려서는 베란다로 가서 무릎에 앉혔다. 아직 어두컴컴했고 촛불은 까불거렸다. 거기서 아버지는 처음으로 책을 읽어주었다. 그때 아버지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아랍어 시의 운율은 지중해를 스치는 바람처럼 부드러웠다. 어린 딸은 그 후로도 두고두고 “공기를 매혹시키는 달콤한 봄의 향기”로써 그 특별한 날의 아침을 기억하게 된다.

우리는 가진 것이 별로 없었다. 나는 운동장도 몰랐고 바다에서 수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 유년 시절은 시와 새벽의 마술에 걸려 있었기에 매혹적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목과 탄탄한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안겨 있을 때보다 안전한 상태를 결코 알지 못했다. 나는 (아버지의) 꿀사과 담배 향과 아부 하얀, 칼릴 지브란, 알마리, 루미의 현란한 말들과 함께 오던 새벽보다 더 부드러운 시간을 알지 못했다.

예야는 가장 위엄 있는 옷을 입고 근엄한 모습으로 떠났는데, 돌아올 때는 기분 좋은 거지처럼 보였다. 그는 케피야와 호주머니와 손에 올리브와 과일을 잔뜩 갖고 왔다. 겉모습은 부랑자 같았지만, 행복에 겨워 돌아왔다. 사람들은 무자비한 군인들을 따돌리고 다섯 강대국들이 실현시키지 못한 위엄을 이룬 유일한 사람에게 걸맞은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그는 돌아왔다. 아무리 짧고 불확실한 귀향이었다 해도, 해낸 것이다.

말 그대로 “아무리 짧고 불확실한 귀향이었다 해도” 그건 마치 “금화 백만 디나르를 가져오기라도 한 것처럼” 참으로 행복한 귀향이었다. 돌아온 그는 마을 사람들 앞에 올리브, 레몬, 포도, 캐럽, 올리브 꾸러미를 풀어놓았고 사람들은 한입씩 그걸 나눠 먹으면서 밤새 축제를 벌였다. 그날 밤 그들은 모처럼 망명의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 팔레스타인은 다만 삶의 터전이었다는 의미를 넘어 인간의 인간다운 존엄성을 입증하는 근거지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날 밤 그들의 소박한 축제가 지닌 의미 역시 이런 차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물론 축제는 두 번 다시 재현되지 못했다. 예야는 두 번째 귀향에서 운이 나빴다. 이스라엘 군이 쏜 총탄을 피하지 못했던 것이다.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사람들

이밀 하비비

Emile Shukri Habibi
아랍어: إميل حبيبي
히브리어: אמיל חביבי
1922년 1월 28일 – 1996년 5월 2일

슬픈 풍자: 이야기를 빼앗긴 자들의 이야기 방식

『비관낙관주의자 사이드 아부 앗나흐스의 실종에 얽힌 괴이한 사건들』

Al-Waqāʾiʿ al-gharībah fī ‘khtifāʾ Saʿīd Abī ‘l-Naḥsh al-Mutashāʾil

  • 작가: 에밀 하비비 Emile Habibi (1922~1996)
  • 국내 출판: 미출간. <팔레스타인 문학의 이해>, 송경숙, 2005에 실린 논문 ‘이스라엘 점령하의 팔레스타인 저항문학연구 – 이밀 하비비를 중심으로’에 소개된 적 있음
  • 장르: 장편소설

이 작품은 첫 번째, 두 번째 부분이 1972년에, 세 번째 부분이 1974년에 하이파에서 발행되던 이스라엘 공산당의 문예지 <자디드>에 게재되었는데, 같은 해 베이루트의 서점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어 아랍권 전역에서 매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1948년 전쟁 당시 그(주인공)는 24세의 고등교육을 받은 건장한 체구의 젊은이였다. 때마침 지나가던 당나귀가 대신 총을 맞는 바람에 그는 생명을 건지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노동자연맹의 식당 종업원이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의 정보원으로 일한다. 평생을 첩자, 밀고자로 왜곡된 삶을 살다가 뒤늦게 민족적 대의에 눈뜨지만 그는 자신이 발견한 가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못한다. 본인은 외계인에 의해 구원되었다고 주장하나, 사실은 현실의 부조리와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병원에서 죽어간 것으로 판명된다. 그는 역사의 가해자이면서도 동시에 피해자이고 희생자임에 틀림없다.(송경숙)

나크바 이후 제가 태어난 땅에서 졸지에 이스라엘 국민이 되어버린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이밀 하비비는 그런 현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했다. 능히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입’은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렇더라도 그는 여전히 문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천해 나갔다. 이때 볼테르의 주인공 캉디드가 보여줬던 바와 같은 식의 풍자와 골계는 꽤 훌륭한 무기였다. 캉디드는 “특별한 불행들이 일반적인 선을 만듭니다. 그러니 특별한 불행이 많으면 많을수록 모든 것은 더욱더 선이 되는 것” 이라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던 스승 팡글로스를 내세워, 합리적 이성 대신 위선과 편견, 그리고 종교적 맹신이 지배하던 자신의 시대를 통렬히 비꼬고 비틀었다. 나크바 당시 당나귀 덕분에 목숨을 건진 채 ‘이스라엘 땅’에 남게 된 이밀 하비비의 주인공 사이드 역시 때로는 어리숭하게 또 때로는 교묘하게 비꼬고 비틀면서 닥쳐오는 상황을 견뎌 나간다.(김남일)

소설의 아랍어 원제목 <비관낙관주의자 사이드 아부 앗나흐스의 실종에 얽힌 괴이한 사건들>(1974)은 평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사이드의 난감한 처지를 잘 드러낸다. 소설에서 사이드는 심지어 밀고자로 내몰리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사이드와 같은 처지의 아랍계는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하비비는 소설 집필을 통해 하나는 국제사회, 아랍국가, 심지어 디아스포라나 점령지의 팔레스타인 동포들조차 그들이 처해 있는 입장이나 독자적인 투쟁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채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 방치되는, 즉 외부로부터의 망각, 다른 하나는 아랍계 이스라엘인으로서 살면서 팔레스타인인으로서의 정체성및 다른 팔레스타인 동포와의 유대감을 상실해 간다는 내부로부터의 망각, 이러한 두겹의 망각에 항거해 왔다. 이때 하비비가 사용한 가장 큰 무기는 웃음이었다.(일어판 역자 후기)

20년 후

갓산 카나파니

아랍어: غسان فايز كنفاني‎, 영어: Ghassan Kanafani, 1936~1972

소설가, PFLP(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 대변인. 1975년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는 그의 문학을 기려 로터스상을 수여한다.

갓산 카나파니는 마흐무드 다르위시와 더불어 팔레스타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1972년 이스라엘 모사드에게 암살당한 이후에도 오늘날까지 그 우뚝한 면모를 잃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은 나크바 이후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는 투쟁의 길이 무엇이며 그것을 찾는 게 왜 중요한지에 대해 던지는 질문으로 일관한다.

갈멜 산에서 내려다본 하이파 항구

1967년 6일 전쟁 직후 이스라엘은 국경을 일시적으로 개방하여 팔레스타인인들의 점령지 방문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는데, 이는 시혜라기보다는 “경멸과 수치를 더하려는 심리전의 일환”이었다.(송경숙)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굴욕감을 무릅쓰고 고향과 옛집을 찾아 나섰다.

갓산 카나파니는 중편 「하이파에 돌아와서」(1969)에서 나크바의 비극을 가장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거기서는 나크바 때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주인공 부부의 둘째 아들이 놀랍게도 이스라엘 군인이 되어 나타난다. 상상조차 해 볼 수 없던 일이었다. 이는 그가 이제는 제 형과도 적으로서 언제든 마주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이파에 돌아와서』

Returning to Haifa

  • 작가: 갓산 카나파니 Ghassan Kanafani (1936-1972)
  • 국내 출판:
    단편집 『하이파에 돌아와서 : 아시아.中東小說集』, 이호철, 임헌영 공역, 태창문화사, 1979.
    선집 『아랍민중과 문학 : 팔레스티나의 비극』, 임헌영 편역, 청사, 1979
  • 장르: 단편소설

도우브라는 이름의 이스라엘군 병사는 자신을 찾아온 생부 생모 앞에서 이렇게 소리친다.

“이보세요, 20년이 흘렀습니다. 아들을 되찾기 위해 그동안 내내 뭘 하셨습니까? 제가 만약 당신이었더라면, 저는 아들을 위해 총을 들었을 겁니다. 다른 이유가 필요하겠습니까? 당신들은 나약한 거예요. 약해빠졌다구요!”

『아랍민중과 문학 : 팔레스티나의 비극』

갓산 카나파니 著; 임헌영 편역, 청사, 1979

* 중편 <하이파에 돌아와서>와 산문 <점령하 팔레스타인의 저항문학>이 수록되어 있다.

일어판에서 중역을 한 게 분명한 책 <아랍민중과 문학>(임헌영 편역, 청사, 1979)을 언제 구입했는지 기억에 없다. 그러나 거기 실린 ‘점령하 팔레스티나의 저항문학’을 읽고서는 온몸의 실핏줄 하나까지 곤두섰다. 그 글을 쓴 갓산 카나파니의 중편소설 ‘하이파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내가 만난 최초의 아랍소설이었을 테지만, 놀랍게도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의 처지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었다.

[김남일의 내 인생의 책] ④하이파에 돌아와서 – 갓산 카나파니, <경향신문> 2021.10.20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불볕 속의 사람들』

Men In the Sun and Other Palestinian Stories

  • 작가: 갓산 카나파니 Ghassan Kanafani (1936-1972)
  • 국내 출판:
    <불볕 속의 사람들>, 김종철, 천지현 공역, 창작과 비평사, 1996
    <뜨거운 태양 아래서> 윤희환 역, 열림원, 2002
  • 장르: 중편소설

<불볕 속의 사람들>(1963)은 먹고 살기 위해 점령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데, 안타깝게도 불행은 그들의 여로마저 봉쇄한다. 유조차의 탱크 속에 들어간 채 불볕 속의 사막을 횡단해야 하는 그들의 운명은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독자들은 기가 막혀 책을 다 덮고 난 뒤에도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 죽음의 유조차를 몰았던 운전기사처럼.

“왜 당신들은 탱크 벽을 두드리지 않았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왜?”

레바논 내전과 제노사이드

사브라-샤틸라 학살(Sabra and Shatila massacre)

1982년 9월 16일 18시에서 18일 08시 사이에 레바논의 기독교 우익(팔랑헤주의)정당인 카타이브의 민병대가 팔레스타인인시아파 레바논인 민간인 최소 460명-최대 3,500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사브라는 학살이 일어난 베이루트의 동(洞) 이름이고 샤틸라는 그에 인접한 샤틸라 난민촌을 의미한다. 카타이브는 이스라엘군의 감독을 받아가며 대규모 학살을 저질렀다.

이스라엘의 사주를 받은 극우 기독교 민병대 ‘레바논부대’가 사브라와 샤틸라의 난민촌을 습격해서 사흘간 무려 1,300명이 넘는 민간인들을 학살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끊임없이 조명탄을 밝혀 광란의 학살을 부추겼다. (라시드 할리디, 231)

『드 니로의 게임』

De Niro’s Game

  • 작가: 라위 하지 Rawi Hage
  • 국내 출판: 공진호 번역, 마음산책, 2009
  • 장르: 장편소설

라위 하지의 『드 니로의 게임』(김진호 역, 마음산책, 2006)도 레바논이 배경인데, 끝을 알 수 없는 내전에 휘말려서 생의 갈피를 상실한 청춘들의 좌절과 방황을 마치 액션 느와르처럼 그려낸다. 형제와 같던 두 친구의 우정이 어떻게 파탄 나는지, 독자들은 두 친구의 죽음을 건 게임을 마치 러시안룰렛 보듯 불편하기 짝이 없는 마음으로 지켜봐야 한다. 그런 한편 소설은 잔혹한 사브라-샤틸라 학살도 내부자의 시선을 통해 여과 없이 그려낸다.

― 그 난민수용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봐라. 잘 들어. 카밀이 코카인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들이마셨고, 알레이에스를 위하여! 를 외쳤다. 우리는 남자들을 한쪽 벽으로 몰고 여자와 어린애들은 다른 족 벽으로 몰앗다. 우리는 남자들을 먼저 쐈다. 여자들과 아이들이 울부짖었지. 우리는 탄창을 갈고 그들도 모조리 쏘아 죽였다. 나는 그 울음소리 때문에 그들을 쐈어. 난 애들의 울음소리라면 아주 질색이거든. 너 내가 우는 거 본 적이 있냐? 나중에 온 부대원들 중에는 그 시체들을 보고 공포에 질려 바지에 오줌을 싼 놈들도 있었다. (중략) 나는 혼자 여기저기 골목길을 방황했다. 어떤 여자가 우는 아이들의 입을 막는 것을 봤는데…… 그들은 울었다. 집안마다 앞치마를 두른 여인들이 죽어서 쓰러져 있었고, 남자들은 아내와 강간당한 달들 옆에 쓰러져 있었다. 그때 내가 문득 멈추어 서게 됐는데, 안 믿기겠지만, 어디선가 메추라기 우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수전 아불하와는 그 사흘의 끔찍한 대학살을 차마 소설로 재현해 낼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현지를 취재한 한 외신기자의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했다. 화자는 또 사브라와 샤틸라의 대학살이 있은 지 일주일 후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그 주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로 모나코 그레이스 공주의 죽음(9월 14일)을 꼽고, 그다음 주에는 ‘고통받는 이스라엘’을 커버스토리로 내세운 사실을 냉소적인 목소리로 들려준다.

[참고] 애니메이션 《바시르와 왈츠를

Waltz with Bashir

바시르와 왈츠를》(영어: Waltz with Bashir)은 2008년 개봉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이스라엘의 아리 폴만이 감독 및 각본을 맡았다. 1982년 레바논 전쟁에 참전했으나 그 전쟁을 기억하지 못하는 감독이 자신의 잃버버린 기억을 되살려가는 과정을 기록한 영화이다.

인티파다 시대의 서사

인티파다 ( 아랍어 : انتفاضة , 로마자 : intifāḍah )는 반란이나 봉기 , 또는 저항 운동을 뜻하는 아랍어로, 오늘날에는 특히 1987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운동이자 잔혹한 압제를 받는 팔레스타인인민중봉기를 가리킨다.

팔레스타인 소설가 사하르 칼리파
제2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받아(2019)

서안지구 나불루스 출생의 사하르 칼리파는 어린 나이에 원치 않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이혼 후 비로소 자기 생의 주인으로서 세상에 우뚝 선다. 그녀의 뒤늦은 글쓰기 역시 이스라엘의 점령 체제와 완고한 아랍적 가부장제를 향한 두 겹의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유산』

The Inheritance

  • 작가: 사하르 칼리파 Sahar Khalifeh
  • 국내 출판: 송경숙 번역, 아시아, 2015
  • 장르: 장편소설

『형상, 성상, 그리고 구약』

The Image, the Icon, and the Covenant

  • 작가: 사하르 칼리파 Sahar Khalifeh
  • 국내 출판: 백혜원 번역, 케포이북스, 2016
  • 장르: 장편소설

『뜨거웠던 봄』

The End of Spring

  • 작가: 사하르 칼리파 Sahar Khalifeh
  • 국내 출판: 김수진 번역, 케포이북스, 2016
  • 장르: 장편소설

사하르 칼리파는 스스로 밝히듯 “사람들이 앞 다투어 혁명의 대가로 청춘과 피를 바치지만 혁명은 내부로부터 부식되며, 꿈이 사라지고 거리의 박동이 느슨해져 죽음이 다가오는 현실”에 대해 쓴다. 그것은 당연히 논픽션과 픽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줄타기일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세부에 함몰되는 대신 팔레스타인 사회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파노라마의 시선을 견지한다. 그 과정에서 민족해방운동의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젠더의 불평등 또한 여과 없이 드러나는 바, 사하르 칼리파는 여성 하위주체로 하여금 그들이 겪는 이중 삼중의 상실을 말하도록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워준다. 사하르 칼리파의 문학이 아랍의 현대문학사에서 지니는 어떤 돌올한 위치가 있다면, 그 결정적인 근거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김남일,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추천사)

세 번째 비극은 내가 혼인 관계에 있던 기간에 일어난 1967년 전쟁의 패전이었다. 이 패전을 계기로 나는 아랍의 정치적 패배라는 것이 문명적 패배의 필연적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1967년의 패전이 찢기고 상처가 났기 때문에 치료를 하지 않고서는 살아날 수 없는 만신창이의 나무에서 맺힌 열매라는 사실을 아주 똑똑히 보았다. 안에서 패배한 자에게 승리란 없는 법이다. 자신의 문명 내부에서 패배한 사람은 외부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 외부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내부에서 시작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들, 특히 위정자들의 부패, 사회 전반의 도덕적 해이, 가정과 학교와 마을에서의 인간 교육의 부재 등을 치유하는 것으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사하르 칼리파, <나의 삶과 글>, (사)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제13회 세계작가와의 대화, 2006년 11월 21일)

『가시 선인장』

Cactus

  • 작가: 사하르 칼리파 Sahar Khalifeh
  • 국내 출판: 송경숙 번역,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2005
  • 장르: 장편소설

이웃 아랍 국가에서 귀환하는 우싸마는 고향 나불루스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도무지 그런 희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이 일상생활 구석구석까지 깊이 침투해 마침내 저항의 아주 작은 기미조차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심지어 그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사촌형제 아딜은 아버지가 물려준 농장을 포기한 채 매일같이 이스라엘 땅에 건너가서 일하는 노동자가 되어 있었다. 우싸미는 그를 만나 계속 저항의 당위성을 강조하지만, 아딜은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면서 완강하게 고개를 저을 뿐이다. 우싸미는 그런 아딜에게 자신의 비밀 임무에 대해서 털어놓는다. 그것은 바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스라엘로 일하러 가는 노동자들이 탄 버스를 공격하는 일이었다. (송경숙 역, 한국외대출판부, 2005)

망명자들의 문학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 – 팔레스타인 시인이 쓴 귀향의 기록』

I Saw Ramallah

  • 작가: 무리드 바르구티 Mourid Barghouti (1944~2021)
  • 국내 출판: 구정은 번역, 후마니타스, 2014
  • 장르: 에세이 (르포타주)

망명자로서 바르구티는 떠나는 일에 익숙했다.

“나는 화초들에게 햇빛과 공기와 우정을 주고는 떠난다. 나는 늘 떠나야 한다.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내 물건들과 아무 감정 없이 이별하는 데에는 익숙하다.”

늘 떠돌아야 하는 그는 말하자면 장소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살았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장면도 있다.

아파트 전화벨이 울렸다. 무니프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파힘이 오늘 베이루트에서 희생됐어.”
카타르에 있던 무니프는 미국에 있는 내게 전화를 걸어, 베이루트에서 숨져 쿠웨이트에 묻힐 파힘의 죽음을 알리고 데이르 가사나에 있는 내 외할머니 움아타와 나불루스에 있는 파힘의 외할머니, 요르단에 있는 우리 어머니에게 어떻게 알릴지를 의논하고 있다. 라드와와 나는 로마를 거쳐 카이로로 돌아가는 항공권을 확인해 보았다.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는 진실”(아이스퀼로스)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런 능란한 화술로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은 사실을 뒤바꾸고 사건의 전후를 뒤집어 팔레스타인인들을 중동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유일한 주범으로 만들었다. 무리드 바르구티는 그날 라빈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이, 그리고 자신의 문학이 제 몫을 해내지 못하고 실패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은 거짓말로 진실을 흐리는 건 쉬운 일이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시작하면 되니까. 라빈이 한 짓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먼저 일어난 일은 가볍게 빠뜨렸다. ‘두 번째’ 일어난 일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온 세상이 거꾸로 된다.

진정한 원인을 생략하고 무시한 채 눈앞의 현상만 따지면, 즉 ‘두 번째’만 강조하면, 문제는 오직 인디언과 흑인과 간디와 베트남에게 돌아간다. 산티아고의 체육관에 수천 명을 몰아넣고 학살한 피노체트는 무죄가 되고, 그때 기타를 손이 개머리판에 짓뭉개지면서까지 저항의 노래를 부르던 민중가수 빅토르 하라는 유죄가 된다.

탱크가 아니라 장미를

『우리는 새벽까지 말이 서성이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We Will Hear the Sound of Words Strolling Until Dawn

  • 작가: 자카리아 무하마드 Zakaria Mohammed (1950~2023)
  • 국내 출판: 오수연 번역, 강, 2020
  • 장르: 시집

한국에 여러 번 왔던 시인 자카리아 무함마드(1950~2023)는 유학중 이틀 늦었다는 이유로 귀국이 불허되어 그때부터 무려 25년이나 망명지를 떠돌아야 했다. 이처럼 팔레스타인인들은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채 원치 않은 방식으로 코스모폴리탄이 되어가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시가 점령에 대해 부지런히 쓰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점령군은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그들의 초소는 어느 길에나 있었지요. 감옥은 수감자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전 인구의 20퍼센트가 감옥을 한번쯤은 경험했습니다. 생각만 하면 당장이라도 점령과 탱크에 대해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탱크들이 우리의 시 아젠다를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매우 나쁜 일입니다. 그러자 우리 시가 갑자기 탱크를 걷어차 버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제부터 시는 탱크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적의 탱크가 우리 시의 아젠다를 결정하도록 놔두지는 않겠다는 뜻입니다.(2004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주최 제10회 세계작가와의 대화 겸 제1회 아시아청년작가 워크숍. 6월 30일 광주 아시아문학 연대의 밤, 서강목 역)

기억하고 기록하라

가자를 석기시대로 만든 후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테러리스트의 근거지’에 있던 모든 것을 다 쓸어버렸다고 생각했겠지만, 기억만큼은 어쩌지 못한다. 사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기억이야말로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팔레스타인 문학 역시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그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의 기억과 더불어 존재한다. 기억이야말로 인간 존엄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작가 Adania Shibli는 그녀의 소설 Eine Nebensache로 LiBeraturpreis 2023을 받을 예정입니다. 이것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의 Litprom 협회에서 발표했습니다. 베를린의 Berenberg Verlag가 출판한 이 책은 1949년 네게브 사막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베두인족 소녀를 강간하고 살해한 사건과 수십 년 후 젊은 여성이 범죄를 조사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3,000유로 상당의 상금은 10월 20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수여될 예정입니다. 그녀의 소설에서 Adania Shibli는 “경계의 힘과 폭력적인 갈등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는 형식적이고 언어적으로 엄격하게 구성된 예술 작품을 정확하고 신중하게 만듭니다”라고 심사위원단은 칭찬했습니다.

LiBeraturpreis는 매년 독일어로 출판된 새 책에 대해 Global South의 저자에게 수여됩니다. 이 상은 1987년 Frankfurt LiBeraturpreis 이니셔티브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2013년에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긴밀히 협력하는 리트프롬 협회가 수상을 이어받았습니다.


2023년 10월 22일에 끝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수상이 예정된 팔레스타인 출신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의 소설 《사소한 일》(minor Detail)의 시상식이 취소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주최 측이 이스라엘과 연대를 표하며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시상식 참여 취소를 통보한 것이다.

이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 올가 토카르추크 등 세계적 문학가들이 도서전에 항의했다.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표한 김남일 작가 등 문인 175명이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노동자 연대)

아다니아 쉬블리 Adania Shibli

『사소한 일』

Minor Detail

  •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 Adania Shibli (1974~)
  • 국내 출판: 전승희 번역, 강, 2023
  • 장르: 중편소설

소설의 제1부는 1949년 이스라엘 군대가 한 베두인 소녀를 집단으로 강간하고 살해한 사건을 다루지만, 작가는 새삼 그 사건을 폭로하고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작가는 주둔 부대 소대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밀히 그려 보이는데, 그런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매사에 치밀하고 자기 몸의 청결과 부대 관리에 충실한 사람인지가 드러난다. 그러나 실상 조그마한 벌레에 물린 이후 그의 몸에는 고름이 속으로 점점 번지고 있었다. 이는 식민 지배자 이스라엘에 대한 어떤 비유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나아가 그토록 치밀하게 부대를 관리하던 그가 사막에서 만난 베두인족을 어떤 합리적인 증거 하나 없이 사살해 버리고 만다. 이를 통해 독자는 그의 세계가 얼마나 편협하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게 된다.

제2부에서는 라말라에 거주하는 한 지식인 화자가 우연히 자기가 태어난 날짜에 있었던 베두인 소녀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자석에 끌리듯 그 사건에 빨려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소녀는 이스라엘군의 야만을 폭로하기 위해 보태는 또 한 명의 증인으로만 역할이 규정되지 않는다. 희생자인 소녀의 죽음을 새삼 애도하는 것도 소설의 목표가 아니다. 작가는 그 죽음의 현장을 홀린 듯 찾아가는 화자의 여로를 통해 이제껏 역사에서 완벽하게 배제되었던 소녀에게 목소리를 되찾아주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그 일은 실패했다. 화자는 어떤 진실도 더 이상 캐내지 못했고, 마지막에는 스스로 ‘어처구니없이’ 죽임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그렇게라도 하는 노력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존재 의미가 아니겠는지, 작가는 독자에게 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터치』

Touch

  •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 Adania Shibli (1974~)
  • 국내 출판: 미번역
  • 장르: 장편소설

수업 중에 커다란 “예에에에에” 소리가 몇몇 학생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모두들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교사가 그 소리를 따라 어느 책상으로 갔더니, 한 학생의 손에 팔레스타인이라는 단어가 적힌 자가 쥐여 있었다.

교사가 그 학생에게 그 단어를 지우든지 그 자를 구석의 쓰레기통에 버리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학생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를 계속 쥐고 있었는데, 마치 어머니의 침대 머리맡 그림 속에서 어깨를 드러낸 채 포도를 쥐고 있는 여인 같았다. 교사가 학생의 어깨를 움켜잡자, 학생의 셔츠는 마치 포도나무 가지에 걸려 버린 그 여인의 드레스처럼 보였다. 학생이 앉아 있던 의자가 쿵 하고 바닥으로 넘어졌다.

교사가 학생의 셔츠를 잡아끌고 교실 문을 지나며, 아이더러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제 역할을 대신해 달라고 했다.

아이는 교사의 책상으로 가서 의자를 끌어당겨 자리에 앉았다.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아이가 그 속에 앉아 있던 때와는 다르게 보였지만, 방금 벌어진 일에 대한 당혹감으로 인해 좀 비슷하게 보였다. 아이는 의자를 돌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초록 칠판을 보았다. 그림 속 여인의 드레스 색깔은 선인장 색깔과 같았다. 아이는 사브라와 샤틸라라는 단어들의 의미를 이해하려 애썼다. 어쩌면 그것들은 하나의 단어였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단어는 사용이 금지되었다는 것 외에는 불분명했다. 초록 칠판의 색깔은 선인장 색깔과 닮았다.

아이는 칠판에 포도송이의 즙을 짜내듯 흰 분필을 쥐어짰다. “나는 당나귀입니다.”

분필을 집어든 아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이 그 글을 읽자마자 욕을 퍼부으며 아이와 영원히 절교하기로 했다. (장편 <터치> 중에서, 김단우 번역)

가자 이후

『집단학살 일기 – 가자에서 보낸 85일』

Don’t Look Left: A Diary of Genocide

  • 작가: 아테프 아부 사이프 Atef Abu Saif (2024~)
  • 국내 출판: 백소하 번역,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두번째테제, 2024
  • 장르: 에세이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주는 것은 죄악이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야 민적(民籍)이 없습니다.

“민적 없는 자는 인권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냐”하고 능욕하라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한용운, 「당신을 보았습니다」 부분)

2023년 10월 이후 가자에서 대량 학살을 주도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나 가자 주민들을 모두 내쫓고 그곳에 국제적인 휴양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미국의 트럼프는 “민적 없는 자는 인권이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장군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유엔 위원회 “이스라엘 가자전쟁, 집단학살에 부합”(2024.11.15/뉴스투데이/MBC)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

A Lover from Palestine

  • 작가: 마흐무드 다르위시 Mahmoud Darwish (1941-2008)
  • 국내 출판: 송경숙 번역, 도서출판 아시아, 2007
  • 장르: 시집

그대는 이 밤에도 달 위에 못박혀 있다

나는 나의 밤에게 말했다: 돌아가라!

밤과 성벽 뒤로

내게는 낱말들과 빛과 맺은 약속이 있으니까

그대는 나의 순결한 정원

우리들의 노래는 아직도

겨누기만 하면 검이 된다

그대는 밀처럼 충직하다

우리들의 노래는 아직도

심기만 하면 거름이 된다

『팔레스티나 민족시집』

Palestinian National Poetry

  • 작가: 압델 와하브 엘 메시리 (편저) Abdel-Wahab El-Messir
  • 국내 출판: 박태순 번역, 실천문학사, 1981
  • 장르: 시집

<마흐무드 다르위시 목차>
팔레스티나에서 온 연인
돌아갈 때를 기다리며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께
긍지와 분노
장미 그리고 사전
알파타 병사들에게
희망에 대하여
희망 제18호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나의 조국은 당신의 이마, 그러니 내 말 좀 들어 주십시오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울타리 뒤
잡초처럼,
내쳐진 비둘기처럼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가련한 달로
나뭇가지 사이에서 구걸하는 별로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내 멋대로 슬퍼하도록
그리고 나를 좀 붙들어 주십시오
나의 감옥들 그 채광창들 위로,
태양을 쏟아 붓는 그 손으로
그리고 언제나 나를 불태워 주십시오
만약 당신이 내 것이라면
당신이 나의 돌들 나의 올리브나무들
나의 창문들 ··· 나의 진흙을 미칠 듯이 사랑하기에!
나의 조국은 당신의 이마, 그러니 내 말 좀 들어 주십시오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우리는 구제불능의 병통을 갖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희망이라는 병통입니다. 해방과 독립에 대한 희망. 우리가 영웅도 아니고 희생자도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희망.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가는 희망. 임산부가 군인들의 체크포인트 앞에서 사산아를 낳는 게 아니라 병원에서 살아있는 아이를 낳는 희망. 시인들이 피가 아니라 장미에서 붉은색의 아름다움을 보는 희망. 이 땅이 사랑과 평화의 땅이라는 원래 이름을 되찾는 희망.”

(마흐무드 다르위시)

[참고] 계간 아시아

팔레스타인 문학 특집

권두에세이
우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오수연

좌담
팔레스타인 문학을 빛낸 별들
오수연, 자카리아 무함마드|Palestine, 마흐무드 아부 하시하시|Palestine, 바시마 타크로리|Palestine

단편소설
샤키라의 사진 마흐무드 슈카이르|Palestine
파드와 뚜깐은 이제 탱고를 추지 않는다 아다니아 쉬블리|Palestine
난민촌의 총 갓산 카나파니|Palestine


여권 마흐무드 다르위시|Palestine
중력의 법칙이 불러낸 갈망 파드와 뚜깐|Palestine
우리 돌아가리 아부 살마|Palestine
올리브나무 몸통 위에 타우픽 자야드|Palestine
잿더미 사미흐 알카심|Palestine
아무 문제없다 무리드 바르구티|Palestine

산문의 숲
문학과 문자주의 에드워드 사이드|Palestine
액체적 글쓰기 키파 판니|Palestine

민담으로 읽는 아시아
초록새 이브라힘 무하위|Palestine, 샤리프 카나아나|Palestine

작가의 눈
순교자의 잉크 마흐무드 아부 하시하시|Palestine
날조 진술 나즈완 다르위시|Palestine

부록:문학연표
팔레스타인 현대문학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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