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서 온 편지: 자이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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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열린 ‘1.13 국제 행동의 날’을 맞아 레바논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 자이납 씨가 한국인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 편지는 ‘1월 13일 국제 행동의 날’ 서울 집회에서, 자이납 씨와 함께 팔레스타인 난민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나눔문화’의 윤지영 연구원 님께서 낭독하셨습니다.

앗 살람 알레이쿰

저는 레바논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 ‘아인 알 할웨’에 살고 있는 자이납입니다. 저는 팔레스타인 역사와 전통을 가르치는 <자이투나 나눔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00여 명의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쿠리아는 저에게 언제나 고맙고 그리운 이름입니다. 한국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 사진도 보았습니다. 눈이 내리는 추운 날씨에 모인 여러분의 모습을 보며 존경심을 느꼈습니다.

제가 편지를 쓰는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에서 순교자와 부상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겨울 옷도 없이, 머물 곳도 없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아이들입니다. 이스라엘이 갓난아기와 아이들, 여성과 임산부를 죽였다는 사실은 인류 역사에 이스라엘의 수치로 영원토록 기록될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인 알 할웨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도 무장 단체들간의 총격전이 벌어지곤 합니다. 지난해 겨울에도 저와 아이들은 난민촌 밖으로 피신을 해야만 했습니다. 학교 건물 일부도 폭격으로 파괴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더 위험한 상황이 됐습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들을 살해했고, 더 많은 곳을 폭격하며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아이들은 우리를 위한 기도보다 가자지구에 있는 동포들과 순교자들을 위해 먼저 기도합니다. ‘제발 한 명만 덜 죽게 해주세요, 한 집만 덜 폭격 맞게 해주세요, 팔레스타인의 승리를 향해 한 걸음만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세요’라고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가자지구 폭격 이후 슬퍼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림 그리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의 그림에는 알 아크사 모스크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팔레스타인 고향 땅과 고향집의 열쇠가, 그리고 이스라엘의 학살로 붉게 물든 손바닥이, 눈물이 가득한 커다란 눈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림 옆에 ‘마지막에는 팔레스타인이 승리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삶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삶을 축복하고 기뻐하고 누리고 싶어합니다. 팔레스타인은 무릎 꿇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빼앗긴 팔레스타인 고향 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한국에 있는 여러분께도 각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의 자유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나서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께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을 전합니다.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자이납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