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시인들과 그 작품

마흐무드 다르위시

(Mahmoud Darwish 1941-2008)

1월 20일 ‘18차 연대 집회와 행진’에서 작가 오수연 님이 직접 낭독해 주셨습니다. 시간 관계 상 모든 작품을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을 담아 전문을 싣습니다.


1941년 팔레스타인 출생. 1971년 이스라엘 점령지가 된 고향을 떠나 튀니지, 카이로, 니코시아, 파리 등지를 떠돌며 창작 및 정치 활동을 했다.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에 가담해 활동하면서 갖은 감금과 투옥을 당했다. 1996년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왔으나 이스라엘 당국이 허락하지 않아 고향 집에 가지 못했다. 십 대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60년 첫 시집  「날개 없는 새」를 펴낸 이후 「올리브 잎새들」,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 「낯선 여인의 침대」 등 30여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출간했다. 로터스상, 레닌 평화상, 레님 재단이 수여하는 문화자유상과 프랑스 정부가 주는 예술문학 훈장을 받았다. 그의 시들은 35개 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나는 거기서 왔다

나는 거기서 왔다. 내게는 추억들이 있다. 사람들이 태어나듯 나도 그렇게 태어났다. 내게는 어머니와 창문이 많은 집이 있다. 내게는 형제들과 친구들, 그리고 창문이 차디찬 감옥이 있다. 내게는 바다갈매기들이 낚아채 간 파도가 있다. 내게는 나만의 풍경이 있다. 내게는 자라나는 풀이 있다.
내게는 언어의 가장 먼 곳에 달 하나와 새들의 양식, 그리고 영원의 올리브나무가 있다.
나는 이 땅을 걸었다 칼이 사람을 쳐 희생 제물로 바꾸기 전에.
나는 거기서 왔다. 하늘이 자기 엄마 생각에 울면 나는 하늘을 그 엄마에게로 돌려보내고, 돌아가는 구름 한 쪽 날 알아보라 운다.
나는 법칙을 깨기 위해 피의 법정에 적합한 모든 말을 배웠다.
나는 모든 말들을 배웠다, 그리고 오직 하나의 어휘를 조립하려고 그 말들을 해체했다.
그것은 : 조국..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나의 조국은 당신의 이마, 그러니 내 말 좀 들어 주십시오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울타리 뒤
잡초처럼,
내쳐진 비둘기처럼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가련한 달로
나뭇가지 사이에서 구걸하는 별로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내 멋대로 슬퍼하도록
그리고 나를 좀 붙들어 주십시오
나의 감옥들 그 채광창들 위로,
태양을 쏟아 붓는 그 손으로
그리고 언제나 나를 불태워 주십시오
만약 당신이 내 것이라면
당신이 나의 돌들 나의 올리브나무들
나의 창문들 ··· 나의 진흙을 미칠 듯이 사랑하기에!
나의 조국은 당신의 이마, 그러니 내 말 좀 들어 주십시오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출처: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 마흐무드 다르위시 시선집, 송경숙 옮김, 도서출판 아시아,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