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팔레스타인인이 한국 정부에게 쓴 편지

“이재명 정부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제한을 즉각 해제해야 합니다.”

– 나리만 루미,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공동간사

🎤 재한 팔레스타인인이자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공동간사 나리만 루미 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이 글은 청와대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 보장과 행진 금지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나리만 님의 발언 전문입니다. 부당한 행진 금지 조처에 함께 항의하고, 연대해 주세요!


이재명 정부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대한 제한을 즉각 해제하고, 명동과 인사동 거리를 어떠한 제약이나 선택적 적용 없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으로 다시 개방해야 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행정적 갈등이 아닙니다. 이는 국가의 신뢰성을 가늠하는 직접적인 시험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선언이나 문서가 아니라 거리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현 정부의 지도부 또한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었습니다. 한국 국민은 오랜 시간 평화적인 시위에 나서 제약을 무너뜨리고, 책임을 요구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실제적인 희생—때로는 인명 피해까지—감내해 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결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닙니다. 한국 현대사는 반복적인 민중의 참여와 움직임을 통해 권력이 재구성되어 온 역사입니다. 이는 주변적인 요소가 아니라 오늘날 모든 정부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입니다.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저는 이러한 경험에서 깊은 힘을 얻었습니다. 민주주의를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매일같이 쟁취하고 지켜내야 할 실천으로 만들어 온 한 사회의 모습에서 배웠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날 시위를 제한하는 조치는 단순한 행정적 관리가 아니라, 이러한 역사적 유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로 이해됩니다.

시위는 혼란이 아니라 사회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국가는 이를 통해 시민의 생각과 요구를 여과 없이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을 차단하는 것은 소통을 단절시키고, 정치를 시민과 분리된 영역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 문제는 한국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거리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국경을 넘어 전달됩니다. 이스라엘과 미국 역시 이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평화적 시위는 단순한 국내 표현을 넘어, 국경을 넘어 전달되는 도덕적·정치적 메시지입니다.

현재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모호한 표현으로 축소될 수 없습니다. ‘인권’이나 ‘검증’과 같은 용어를 구체적인 침해 사실 없이 반복하는 것은 언어의 의미를 공허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논쟁을 피한다는 이유로 현실을 명확히 지칭하지 않는 것은 중립이 아니라 책임의 회피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혐의를 받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는 ‘지역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발언을 외면하는 것은 균형 잡힌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공백을 초래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모순은 공식적인 담론에서도 드러납니다. 다른 위기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조치와 함께 분명한 입장이 제시되었으나,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발언을 포함해 ‘민간인 보호’와 ‘인권’이라는 일반적 표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는 신중함이라기보다 선택적 태도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은 입장이 국내에서의 시위 제한과 결합될 때, 그 모순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외부에서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내부에서는 이를 제한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년간 인사동과 명동에서 이어진 시위는 평화롭고 질서 있게 이루어진 민주적 실천이었습니다. 이는 사회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의미를 확장해 왔습니다. 이를 중단시키는 것은 위협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사람들의 목소리가 표현될 수 있는 공간을 닫는 결정입니다.

이 문제는 단지 팔레스타인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이 스스로의 역사적 기반과 원칙에 충실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주의를 조건부로 제한된 개념으로 재정의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요구 사항은 명확합니다.

  • 인사동과 명동에서의 시위에 대한 제한을 즉각 해제할 것
  • 표현의 자유를 선택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기본권으로 보장할 것
  •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경험과 현재의 실천 사이의 일관성을 회복할 것

이로부터의 어떠한 이탈도, 이 국가가 세워진 기반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