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에서 진행되는 전시 「저항은 희망을 낳고」는 ‘나크바의 날’의 의미와 깊게 연결돼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 거주 중인 팔레스타인인이자, 회화 석사과정 학생인 리나(Rena)입니다. 이 작품들을 통해 저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공유하는 강인한 회복력의 이야기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각 작품은 힘과 전통, 그리고 정의를 향한 끈질긴 여정을 담은 서사를 품고 있습니다. 나크바를 기억하면서, 이 목소리들을 함께 기억하고, 억압에 맞서는 저항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기리고자 합니다.
〈땅의 여인〉
2025, 아크릴화 캔버스


이 전시의 중심에는 강렬한 베들레헴 전통 자수 의복(토브)을 입은 매혹적인 인물 〈땅의 여인〉이 있습니다. 얼굴이 없는 이 인물은 여러 세대에 걸친 집단적인 서사와 고난을 상징하며, 얼굴의 부재가 그 상징을 더 명백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녀는 기억의 그릇으로, 팔레스타인의 깊은 역사에 뿌리 내리고 있으며 1948년 나크바의 깊은 슬픔을 되새깁니다. 관람객 여러분도 그녀의 이야기에 자신의 영혼을 투영시키며 모든 고난에 맞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유산을 기념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녀의 토브에 새겨진 자수 한 땀 한 땀이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아름다움과 회복력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쓴 얼굴〉
2025, 혼합 매체 설치 작품



그녀의 얼굴 없음이 주는 상징성에 대한 응답으로 이 가면 연작이 제시됩니다. 이 연작은 여성이 겪는 사회적 압력을 깊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재료로 제작된 각각의 가면은 인종 학살, 사회적 기대, 생존이라는 격류 속에서 저마다의 이야기와 의미를 담은 방패와 같습니다.
섬세한 자수가 놓인 가면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강인함을 속삭이고, 차가운 시멘트 가면은 여성들이 맞서는 냉혹한 현실과 침묵을 강요하는 세상을 반영합니다. 이 가면들은 하나의 합창처럼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울려 퍼지는 투쟁과 저항의 공명을 만들어냅니다.
〈사슬진 목소리〉
2024, 혼합 매체 사진 시리즈






〈사슬진 목소리〉는 나크바의 날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표현한 강렬한 사진 시리즈입니다.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상징하는 ‘귀환의 열쇠’를 들고있습니다. 한 사진에서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특정한 선전과 서사를 통해 비춰지는 방식을 상징합니다. 이 사진들은 “사람 없는 땅을, 땅 없는 사람들을 위해” (시온주의의 슬로건)라는 생각과 같은 강요된 고정관념에 맞서며, 끊임없는 왜곡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주장하려는 투쟁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반유대주의자도 아닙니다. 이것이 우리가 끊임없이 지켜내려는 진실입니다.
이 시리즈의 후반부에는 제 입에서 테이프를 떼는 순간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저를 침묵시키려는 힘들에 맞서 제 목소리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상징합니다. 이 시각적 여정은 회복력과 흔들림 없는 저항의 정신이라는 주제로 회귀합니다.
〈그녀〉
2025, 혼합 매체 설치 작품




〈그녀〉는 지난 1년 7개월 동안 집을 떠나 있는 동안 저에게 힘을 주었던 시위 참가자들에게 바치고자 합니다. 이 설치 작품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의미로 한국에서 매주 열리는 시위에 가져갔던 천으로 만든 옷을 입은 마네킹을 특징으로 합니다.
길이가 10미터가 되는 이 천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여러 언어로 쓴 메시지들로 장식돼 있습니다. 각 메시지는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나타냈고, 다른 사람들은 진심 어린 메시지를 썼습니다. 특히 국제 여성의 날에 이 천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에 대한 우리의 연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날, 우리는 이 천을 높이 들고 한국 거리를 행진했고 이 천은 집단적 힘의 상징이 됐습니다.
이 연대의 태피스트리에 둘러싸인 형상은 우리의 상호 연결성을 구현하며, 억압에 맞서 싸우는 집단적인 목소리로 기능합니다. 이 설치 작품은 정의를 위해 굳건히 서 있는 사람들을 기리며, 동시에 마네킹을 희망과 회복력으로 감싸, 역경 속에서 연대의 힘을 일깨워줍니다. 〈그녀〉는 함께 서 있던 사람들의 흔들림 없는 정신을 반영하며,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공동의 인간성 속에서 힘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귀환의 열쇠〉
2025, 혼합 매체 (목재 캔버스)



〈귀환의 열쇠〉는 귀환의 상징인 열쇠를 중심으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열쇠 안에는 옛날 흑백사진들이 콜라주 형태로 담겨 있으며, 이 사진들은 전통 의상을 입고 자수를 놓거나 오렌지와 포도를 수확하는 등 다양한 전통 활동에 참여하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팔레스타인의 풍부한 문화적 유산을 부각시킵니다. 열쇠를 둘러싼 자수 무늬는 이러한 주제를 더욱 강조하며, 시각적 요소들을 하나로 엮어 역사와 정체성을 아우르는 일관된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귀환의 열쇠〉를 통해 저는 팔레스타인 문화의 본질과 우리의 땅과 맺은 깊은 연결을 기념하고자 합니다. 이 작품은 예술을 기억과 성찰의 매개체로 삼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생명의 나무〉
2025, 혼합 매체 (목재 캔버스)

오늘날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올리는 것은 종종 살상, 파괴, 상실 같은 이미지들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그러한 현실은 이 땅이 지닌 놀라운 아름다움과 활기찬 문화를 간과하게 만듭니다. 〈생명의 나무〉는 팔레스타인과 그 유산에 품고 있는 깊은 사랑을 되새기기 위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다양한 크기의 나무 캔버스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을 배열해 팔레스타인 전통 ‘생명의 나무’ 자수 문양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 캔버스는 하이파, 야파, 헤브론, 예루살렘, 가자, 베들레헴 등 특정 도시 하나를 상징하며, 그 도시를 정의하는 고유한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상징적인 건물, 전통 음식, 지역 동식물, 꽃, 수공예품, 역사적인 장소들, 그리고 저명한 팔레스타인 여성 예술가들의 사진이 포함돼 있습니다.
각 도시의 독특한 특징을 더 잘 담아내기 위해, 도시마다 다른 자수 무늬를 이용한 실(스트링) 아트를 작품에 적용했습니다. 이런 자수 문양들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나무〉는 팔레스타인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기념하며 각 도시 속에서 피어나는 회복력과 아름다움을 감상하도록 관람자들을 초대합니다.
마무리
「저항은 희망을 낳고」는 경계를 넘어서는 서사를 엮어냅니다. 이 작품 시리즈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강인함, 희망, 그리고 유산에 바치는 찬사입니다. 그들의 얽히고 설킨 경험들과 꺾이지 않는 정신을 통해, 우리는 정의와 해방을 향한 지속적인 여정 속에서 스스로의 저항 정신을 키워갈 영감을 얻습니다. 팔레스타인의 굳건한 마음을 기리며, 우리의 이야기를 희망과 강인함의 직물로 함께 엮어가길 바랍니다.